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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 강화] 차명계좌 명의자가 소유권 주장하면 자기 돈 떼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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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인회계사 은봉수 2014. 11. 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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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거래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뒷거래를 위해 비자금을 만들 때만 나오는 게 아니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법을 전격 도입했지만 제도의 허술함으로 인해 뉴스만 틀면 정치인과 기업인의 차명계좌 문제가 나왔다. 평범한 사람들도 세금 회피 목적뿐 아니라 동창회 모임통장 등의 이유로 차명계좌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9일 개정된 금융실명제법 시행으로 형사처벌이 강화되면서 차명거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제의식 없이 차명계좌를 이용했던 고객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차명거래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기존 금융실명제법은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를 허용해 왔다. 이 때문에 동의를 얻으면 지인이나 친족 명의로 계좌에 예금을 분산시켜 보관해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동안은 관행적으로 세금 문제 등 무슨 이유가 됐든 타인 명의로 된 계좌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용인돼왔다. 법 개정으로 앞으로는 불법재산 은닉, 자금세탁, 조세포탈, 강제추심 회피 등을 목적으로 한 탈법행위가 원천 금지된다.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 계좌에 자금을 넣어두는 행위를 비롯해 생계형 저축 등 세금우대 금융상품 가입한도 제한을 피하기 위해 타인의 계좌를 이용하는 것도 실명제법 위반이다. 60세 이상 노인들이 비과세혜택을 추가로 받고자 다른 노인의 명의를 빌려 생계형 저축에 돈을 넣어두는 경우가 있는데 제도 시행 전 명의를 돌려놔야 한다. 불법 도박 등 불법으로 얻은 자금을 숨기기 위해 타인 계좌를 사용하는 것, 재력가가 금융소득종합과세 회피 목적으로 타인의 계좌에 분산 예치해 조세를 포탈하는 것 역시 모두 불법 차명거래 대상이다.

단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가족 명의에 돈을 넣는 것은 면제 범위 하에서 허용된다. 현행법상 10년 합산 기준으로 배우자에게 6억원, 자녀에게 5000만원(미성년 2000만원), 부모 3000만원, 기타 친족 500만원까지 증여세가 감면된다. 한도 내에서 자금 이동은 조세포탈과 무관하다. 만약 이 이상 넣어뒀다면 다시 본인 계좌로 돌려놔야 한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돈의 소유주는 원칙적으로 통장 명의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명의자를 믿고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명의자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 실소유주는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

◇강화되는 처벌… 가산세뿐 아니라 형사처벌도=금융실명제법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에도 있다. 지금까지는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어도 가산세를 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실명거래 책임을 거래 고객에게도 부과하면서 형사처벌까지 물을 수 있게 됐다.

당장 29일부터 불법 차명거래가 적발되면 명의를 빌린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차명거래임을 알면서도 명의를 빌려줬다면 빌려준 사람도 처벌 대상이다. 금융회사 책임도 강화된다. 불법 차명거래를 알선하거나 중개해서는 안 되며 위반 시 처벌을 받는다. 금융거래 종사자는 거래자에게 불법 차명거래 금지 사실을 알려야 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실명제와 관련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고, 은행 차원에서도 통장개설 시 고객들에게 제도에 대해서 설명하는 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매모호한 부분 많아 현장은 혼란=제도 강화로 세금포탈 등을 막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으나 서민·중산층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일종의 ‘생계형 차명거래’까지 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 시중은행 영업점에는 자산가보다는 서민층의 차명거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결혼을 앞둔 자녀 이름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크게 세금포탈 목적이라기보다는 자녀 몫으로 준비해놓는 것인데, 결론적으론 차명거래다. 최근 커플들이 함께 만들어 사용하는 데이트통장이나 부모님 용돈을 위한 효도통장 등도 사실상 실소유주와 명의주가 다른 경우다.

영업점마다 각종 문의가 폭주해 혼선이 일자 지난 21일 은행권 실무자들은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금융위원회에 명확한 실명제 가이드라인을 요구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은행권에선 ‘면세 한도 이하는 문제가 없고, 그 이상은 실명제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내용과 ‘만기 이후 (본인 계좌로) 되돌릴 목적은 예외’라는 내용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향후 마찰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금융위가 대통령령으로 해석을 정확하게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객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주부 김모(56세)씨는 “금융실명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재산이 많아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자녀 미래를 위해 대비하면서 통장 쪼개기를 한 것뿐인데 범법행위로 몰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관행적으로 쓰던 차명계좌들을 정리해야겠지만 설명을 들어도 모호한 부분이 많아 정부가 기준을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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